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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Story

어릴 적 꿈을 새로운 고향에서 이루다





어릴 적 꿈을 새로운 고향에서 이루다



평생학습을 통해 새 삶을 살고 있는 이주 여성인 송미선 씨를 만나기 위해 ‘I'M Aisa’ 음식점을 찾았다. 송미선 씨는 음식점 입구까지 나와 환한 미소로 취재진을 반겼다. 음식점 한 쪽에 자리를 잡고 그가 대접한 베트남 커피를 마시면서 차가운 몸을 녹이면서  어느새 그의 삶 속에 깊이 빠져들었다


적응하기 힘들었던 한국생활
고향이 베트남인 송미선 씨는 8년 전 부친이 돌아가시고 어머니 혼자 집안을  돌보기가 어려워, 스무 살 꽃다운 나이에 머나먼 한국으로 시집왔다. 그의 고향 호치민에서는 한국으로 시집 간 사람이 많아서인지 주변의 큰 반대는 없었다. 그리고 미선 씨 또한 한국 드라마에 빠져 있어서인지 한국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다. 그러나 시댁에 도착하자마자 타국생활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귀한 며느리를 생각해서 시어머니가 곰국을 끓여주었지만, 그는 기름이 둥둥 떠 있는 곰국을 먹느라 신혼 일주일을 곤혹스럽게 보냈다. 그리고 한국에 왔을 때가 추운 겨울이었는데 더운 나라에서 온 송미선 씨는 한국 추위에 적응하지 못해 침을 맞으며 겨울을 견뎌냈다.

어려움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한국 생활을 힘들게 하는 가장 큰 한 가지가 언
어였다. 남편이 틈틈이 한국어를 알려주었지만, 한국어는 여전히 어려웠다. 미선 씨는 언어의 장벽 때문에 거의 집안에만 머물렀다. 일주일에 한 번씩 시어머니와 시장에 가면 잠시 숨이 트였지만 무언가 가시지 않은 공허함이 계속 그를 맴돌았다. 심지어 ‘한국에 왜 시집왔나’ 하는 후회도 했다. 미선 씨는 “삶이 늘 어두컴컴한 그림자에 갇혀 있었다.”며 그 당시를 회상했다.

새로운 도전에 나서다
그런 그에게도 긍정과 도전의 작은 햇살이 비추기 시작했다. 더이상 언어로 인해 삶을 지루하게 보내고 싶지 않아 세상과 부딪히기로 결심했다. 그는 2007년부터 대전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대전외국인복지관에서 한국어를 공부했다. 일주일에 세 번 한국어 교육이 있었는데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친구들을 만나니 덜 외롭고 한국에 더 잘 적응할 수 있었다. ‘왜 진작 그렇게 하지 못했나.’ 하는 생각이 들 틈도 없이 그는 열심히 한국어를 배웠다. 한국어에 조금씩 자신감이 붙어 매일같이 자동차 운전면허 필기시험 문제를 달달 외우며 공부했고 2008년에는 자동차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그 다음 해인 2009년, 미선 씨는 자신이 한국어 공부를 했던 대전외국인복지관에서 ‘다문화 가정 직업교육’ 사업을 시행한다는 희소식을 들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요리사를 꿈꾸었
는데 이에 한 발짝 다가가기 위해 ‘아시아 요리과정’을 수강했다. 그런데 수업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외국 출신으로서 한국어로 강의가 이뤄지는 요리과정을 수강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미선 씨가 한식자격증 시험에 여섯 번이나 떨어지자 주변 사람들은 관두고 다른 것을 하라고 권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일곱 번째 시험에서 합격의 환희를 만끽했다. 여섯 번의 낙방이 약이 되었는지 이후 양식조리사 자격증은 한 번에 취득하는 기쁨을 누렸다.


아름다운 날갯짓, 꿈을 이루다

한국에서 마치 섬과도 같았던 그의 삶은 배움을 통해 날개를 달았다. 한국 생활에 점점 자신감을 찾았고 자녀가 공부하는 초등학교에서 배식도우미로 일하게 되었다. 많지 않은 월급이었지만, 소소한 재미를 느꼈고, 더불어 낯설었던 한국이 점점 가까워짐을 느꼈다. 양식조리사 자격증을 딴 지 얼마 되지 않아, 대전외국인복지관에서 다문화식당 설립 계획에 따라 다문화식당에서 함께 할 사람을 찾는다는 얘기를 들었고 송미선 씨는 조금도 망설임 없이 다문화식당 설립에 참여했다.

다문
화 가정 식당을 열기 위해 1년여 동안 여러 나라 사람들 과 함께 메뉴를 개발하며 개업 준비에 최선을 다했다. 작년 4월 ‘I'M Aisa’라는 다문화 음식점이 문을 열었고 어느덧 8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미선 씨는 언론의 끊임없는 관심과 다문화 음식을 사랑해주는 고객 덕분에 자신도 모르게 어깨가 들썩인다고 했다. 사실 그가 경험하지 못한 다른 나라 요리를 해야 하는 어려운 점도 있겠지만, 베트남뿐만 아니라, 필리핀, 인도네시아, 중국 등 다른 문화를 알아가며 요리하는 시간이 그저 즐거운 듯 보였다. “한국에 시집와서 요리사의 꿈을 접었는데, 대전에서 좋은 교육 기회를 통해 요리사의 꿈을 이룰 수 있었어요.”그는 자신이 만든 음식으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길 바라고 있고 이를 위해 요즘도 부단히 요리를 공부하고 있다. 저녁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며 “제가 받은 기회와 사랑을 돌려주고 싶어요”라고 힘차게 말할 때에는 행복과 희망의 내음이 코끝